입주 앞둔 둔촌주공, 한숨 돌렸지만…"3년 뒤 또 불안에 떨어야"

입력 2024-01-26 18:11   수정 2024-04-02 17:19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분양받은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5만 가구에 육박하는 계약자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1년 넘게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입주를 앞두고 잔금 마련에 전전긍긍하던 입주 예정자가 3년의 시간을 벌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전세계약갱신권(2+2년)이 존재해 향후 실거주하려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 가능성이 있고, 실거주 의무가 남아 있는 한 거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한 불 끄자’…여야 합의할 듯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는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완화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동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여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과 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결국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유예하는 것으로 최종 교통정리를 했다.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당장 법 개정이 시급하기 때문에 ‘3년 유예’도 충분히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주 초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합의 처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거주 의무는 문재인 정부 때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등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21년 2월 이후 수도권의 분양가상한제 단지에서 일반분양에 당첨된 경우 최초 입주일부터 2~5년간 실거주하도록 한 제도다. 윤석열 정부는 작년 ‘1·3 부동산대책’을 통해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기로 하고 주택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정부의 폐지 방침을 믿고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고 계획한 분양계약자는 입주일이 다가올수록 ‘대혼란’에 빠졌다. 실거주 의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당첨된 아파트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분양가 수준으로 넘겨야 한다.
○시간 벌었지만 분쟁 가능성도
국토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는 아파트는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6개 단지, 4만9657가구다. 오는 6월 집들이하는 서울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11월 입주를 앞둔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1만2032가구)과 내년 3월 입주할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여야가 실거주 의무 완화에 뜻을 모으면서 분양가상한제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는 최대 3년의 시간을 벌게 됐다. 입주 시점에 전세 세입자를 받아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른 뒤 통상 2년의 전세 기간이 끝나면 실입주해 거주 의무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집주인이 ‘세입자 3년 전세’ 특약을 체결하면 3년 뒤 들어가서 실거주 의무를 채울 수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면적 59㎡에 당첨된 K씨는 “입주일이 다가올수록 잔금 마련 걱정에 잠을 못 이뤘는데 최소 2년의 시간을 벌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예 기간을 3년으로 정한 것은 투기성 수요를 막기 위해서라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통상 짝수(2년 단위)로 정해지는 계약기간을 감안하면 ‘3년’이라는 기간이 향후 임대차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차인은 계약 갱신권을 이용해 최장 4년간(2년+2년) 거주할 목적으로 전세 계약을 하지만, 임대인이 3년차에 실거주 의무 때문에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실거주가 목적이면 임대인이 갱신 계약을 거절할 수 있긴 하지만 세입자의 주거 안정이라는 임대차보호법 취지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야당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폐지에서 완화로 한발짝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거주 이전의 자유와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기열/한재영/이인혁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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